[Essay] 스튜디오 출신 아들의 좌충우돌 가족사진 촬영기

[Essay] 스튜디오 출신 아들의 좌충우돌 가족사진 촬영기

완성된 가족사진

스튜디오 경력직, 가족사진은 처음입니다

군대 가기 전, 스튜디오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조명을 세팅하고 남들의 행복한 순간을 수없이 찍어줬지만, 정작 우리 가족사진은 제대로 찍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어머니는 내가 큰 카메라만 들면 도망치기 바쁘셨고, 스튜디오에 가서 각 잡고 찍기에는 준비해야 할 것도, 마음의 부담도 컸기 때문이다. 그러다 부모님이 서울에 올라오신 김에, 여동생이 “우리도 사진 한번 찍자"고 제안했다.

흑백 셀프 사진관? 글쎄…

처음 동생이 알아온 곳은 요즘 유행하는 ‘흑백 셀프 사진관’이었다. 그런데 운영 정책을 뜯어볼수록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 이해 안 가는 가격 정책: 어차피 디지털카메라로 찍는데, 컬러 원본을 받으려면 추가금을 내야 한다.
  • 인원 추가: 2인 기준이라 4인 가족이면 또 추가 요금.
  • 퀄리티 의문: 무엇보다 유선 리모컨을 들고 찍는 그 구도와 화질이… 솔직히 말해서 좀 조잡해 보였다. ‘인생 네 컷’의 고화질 버전 정도랄까? 스튜디오에서 일해본 내 눈에는 조명 세팅이나 완성도가 성에 차지 않았다.

“이 돈 내고 이렇게 찍을 바엔, 내가 직접 찍는다.”

결국 내가 총대를 멨다. 홍대 근처에 2023년에 오픈한, 깔끔해 보이는 지하 렌탈 스튜디오를 예약했다. (상호라도 홍보해 드리고 싶은데 적어둔 게 없어서 아쉽다.)


위기 1: 드레스코드 대참사

가장 걱정된 건 부모님의 의상이었다. 여동생에게 신신당부했다. “제발 베이지 계열로 톤 좀 맞춰서 입고 오시게 해줘.”

하지만 스튜디오 문을 열고 들어오신 부모님을 본 순간, 내 동공은 흔들렸다. 아버지의 옷은 베이지와는 거리가 멀었고, 어머니 머리엔 희끗희끗한 흰머리가 보였다. 동생에게 맡긴 내 잘못인가 싶기도 하고.

결국 비상 대책을 가동했다. 내가 챙겨간 여벌 옷으로 아버지를 갈아입히고, 어머니는 겉옷을 벗지 않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위기 2: 카메라는 왜 이럴 때…

의상 문제를 해결하니 이번엔 장비가 발목을 잡았다. 내 주력 카메라는 소니 RX100 Mark 5와 캐논 600D.

처음엔 RX100 M5로 찍으려 했다. 스튜디오 조명과 동조를 맞추려는데 문제가 터졌다.

  1. 똑딱이의 한계: 셔터 랙이 상당해서 타이밍 맞추기가 힘들다.
  2. 동조 불량: 내장 플래시를 광동조로 쓰려니 TTL 예비 발광 때문인지 스튜디오 조명과 싱크가 안 맞는다.
  3. 화면 암전: 매뉴얼 모드로 설정하니, 조리개를 조이고 셔터스피드를 올린 상태라 LCD 화면이 시커멓게 나와서 노출 확인도, 표정 확인도 불가능했다.

“아, 이건 안 되겠다.”

급하게 캐논 600D를 꺼냈지만, 이번엔 렌즈가 문제였다. 35mm 단렌즈(환산 약 50mm)를 끼워놨더니, 좁은 스튜디오에서 4인 전신을 담으려니 벽을 뚫고 나가야 할 판이었다.

그때, 구세주가 등장했다. 사장님이 곤란해하는 나를 보시더니 니콘 D700과 24-70mm 렌즈를 흔쾌히 빌려주신 것이다. 보통 장비 대여료를 따로 받는데 무상으로!


촬영: 우리끼리라 더 좋은 시간

우여곡절 끝에 D700을 들고 촬영을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직접 찍기를 백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시간의 자유: 일반 사진관 작가님들은 정해진 컷 수와 시간 때문에 빠르게 진행하지만, 우리는 우리끼리라 여유로웠다.
  • 다양한 컨셉: 단체 사진은 물론, 부모님 커플 사진, 남매 샷, 독사진까지 원 없이 찍었다.
  • 자연스러운 미소: 낯선 사진사 앞이 아니라 아들 앞에서 찍으니, 부모님의 표정이 훨씬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나왔다.

물론 에피소드도 있었다. 50분이 지나자 어머니가 “시간 다 됐다, 돈 더 나온다!” 하며 초조해하셔서 마지막엔 거의 랩 하듯이 셔터를 눌러야 했다. (어머니, 우리 넉넉하게 빌렸어요…)


결과물: 아버지의 자랑

찍은 사진들은 직접 보정도 하고, 일부는 전문가에게 맡겨 출력까지 했다. 탁상용 액자와 거실에 걸 대형 액자를 만들었다.

처음엔 큰 액자를 내 방 안방에 걸었는데, 자고 일어날 때마다 벽에서 부모님이 나를 쳐다보고 계신 게 조금… 부담스러워서 슬그머니 부모님 댁 거실로 보내드렸다. (효도는 배송으로 완성된다.)

완성된 가족사진

나중에 들으니 아버지가 그 사진을 동료분들에게 보여주시며 이렇게 자랑하셨다고 한다.

“이거 얼마 주고 찍은 거 같아? 아들이 찍어준 건데, 엄청 좋은 스튜디오 간 것 같지?”

그 얘기를 전해 듣는데 마음이 뭉클했다. 스튜디오에서 일했다는 놈이, 남의 가족사진만 찍어주느라 정작 우리 부모님 사진 한 장 제대로 못 남겨드렸다는 죄송함. 그리고 이제라도 제대로 된 사진을 남겨드렸다는 뿌듯함이 교차했다.

다음엔 흰머리 염색도 예쁘게 해 드리고, 옷도 제대로 맞춰서 다시 한번 찍어드려야겠다. 물론, 그때도 카메라는 내가 잡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