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ICCAD 2025 & 유럽 (3): 뮌헨의 궁전들과 미술관 대탐험

[Travel] ICCAD 2025 & 유럽 (3): 뮌헨의 궁전들과 미술관 대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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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발표와 공학도 모드(박물관 투어)를 빼고 나니, 이번 편은 뮌헨의 유명 관광지와 미술관을 몰아서 정리하는 소위 ‘잡탕’ 여행기입니다. 사실 뮌헨이라는 도시를 잘 몰랐는데, 와서 직접 돌아다녀 보니 도시 규모가 생각보다 훨씬 커서 놀랐습니다. 베를린 다음가는 도시라더니 명불허전이더군요.


1. 뮌헨의 심장: 마리엔 광장과 야경

뮌헨 여행의 시작점인 신청사(Neues Rathaus). 신청사라 하지만 1909년에 만들어진 오래된 ‘신’청사 입니다. 고딕 양식의 웅장한 건물은 사진으로만 보던 것보다 훨씬 압도적이었습니다.

이 멋진 건물을 제대로 보려면 높은 곳으로 가야겠죠? 신청사 건너편에 있는 성 피터 교회(Alter Peter)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올라가는 길이 좁고 가팔라서 숨이 턱끝까지 찼지만, 정상에서 마주한 풍경은 그 고생을 잊게 했습니다. 특히 해 질 녘, 조명이 켜진 신청사와 뮌헨 시내의 야경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2. 퓌센: 디즈니 성을 찾아서 (feat. BMW 택시 사건)

노이슈반슈타인 성
노이슈반슈타인 성

뮌헨 근교 여행의 필수 코스, 노이슈반슈타인 성(Schloss Neuschwanstein)을 보러 퓌센으로 향했습니다. 디즈니랜드 성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해서 기대가 컸습니다. (프랑스 몽생미셸도 모티브라던데, 디즈니는 여기저기서 영감을 많이 받았나 봅니다.)

🚕 30분 간격의 지하철이 불러온 참사

아침에 분명 여유 있게 나왔습니다. 그런데 독일 지하철 배차 간격이 30분일 줄이야… 눈앞에서 기차를 놓칠 위기에 처했습니다. 결국 급한 마음에 택시를 잡아탔습니다. 벤츠의 나라 옆 동네답게 택시도 아주 고급스러운 BMW 7시리즈. 승차감은 좋았지만, 미터기 요금 올라가는 속도는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기차역에 겨우 도착해 내리려는데, 택시 기사 아저씨가 잔돈을 안 주십니다. “Keep the change?” 라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거스름돈을 꿀꺽하시더군요. 따질 시간도 없이 기차를 타러 뛰어야 해서 강제 팁을 드리고 말았습니다. 성 보러 가기 전부터 호구가 된 기분이었지만… 액땜했다고 생각해야죠.

✨ 사치로 빚어낸 아름다움

우여곡절 끝에 마주한 성은 대단했습니다. 루트비히 2세가 오직 자신의 환상과 사치를 위해 지은 성이라 그런지, 군사적 목적의 투박한 옛날 성들과는 결이 달랐습니다. 지어진 지 비교적 얼마 안 돼서(19세기) 그런지 때 묻지 않고 아주 깨끗하고 반짝반짝했습니다. 비현실적으로 하얀 성벽이 산 중턱에 솟아 있는 모습은 과연 ‘동화 속 성’이라 불릴 만했습니다.

3. 궁전 투어: 레지덴츠 & 님펜부르크

뮌헨 시내 바이에른 왕가의 궁전인 레지덴츠(Residenz)를 방문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이미 보고 온 눈이라 감동이 덜하긴 했습니다. 베르사유가 ‘압도적 화려함’이라면 이곳은 ‘적당한 화려함’이랄까요? 그래도 방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어서 구경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시간이 남아 들른 님펜부르크 궁전(Schloss Nymphenburg)은 ‘요정의 성’이라는 뜻답게 옆으로 넓게 펼쳐진 건물과 거대한 정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백조들이 떠다니는 호수를 보며 뮌헨에서의 마지막 여유를 즐기기에 좋았습니다.


4. 미술관 대탐험: 피나코테크 (Pinakothek)

뮌헨의 미술관들은 일요일 입장료가 단돈 1유로입니다. 출국 날이 때마침 일요일,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미술관 ‘오픈런’에 나섰습니다.

💡 잠깐, 이름이 왜 이래? (공대생의 용어 정리)

여행을 하며 ‘피나코테크’라는 이름이 참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뜻을 알고 나니 독일 특유의 직관적인 작명법에 무릎을 쳤습니다.

  • 피나코테크 (Pinakothek): 그리스어로 ‘그림(Pinax)‘을 ‘담는 상자(Theke)’. 즉, ‘미술관’이라는 뜻입니다. (도서관을 ‘비블리오테크’라고 하는 것과 같더군요.)
  • 알테 (Alte): ‘오래된(Old)’이라는 뜻입니다.
  • 노이에 (Neue): ‘새로운(New)’이라는 뜻입니다.

즉, ‘알테 피나코테크’는 옛날 그림을, ‘노이에 피나코테크’는 근대 그림을, ‘모데르네’는 현대 미술을 전시하는 곳이었습니다. 이름만 봐도 연대순으로 정리가 딱 되더라고요.

🎨 피나코테크 데르 모데르네 (Pinakothek der Moderne)

가장 먼저 달려간 현대 미술관. 이름은 ‘모던(Modern)‘인데, 들어가 보니 지하에는 자동차와 가전제품이 전시된 디자인 박물관 같은 느낌이 강했습니다. 위층으로 올라가니 피카소나 프랜시스 베이컨 같은 거장들의 작품이 있었는데, 여기서 공대생의 의문이 발동합니다. “피카소면 교과서에 나오는 고전 아닌가? 이것도 현대(Modern)라고 부르는 건가?” 아마 미술사에서 말하는 ‘모더니즘’인 것 같은데, 요즘 나오는 난해한 설치미술(Contemporary)을 생각하고 가서 그런지 조금 고전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 알테 피나코테크 (Alte Pinakothek)

바로 옆에 있는 고전 미술관인 알테 피나코테크로 넘어갔습니다. 이름값을 하듯 건물부터 엄청나게 큽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옛날(Alte)’ 미술관에 19세기 인상파인 모네의 그림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원래 있어야 할 ‘노이에(Neue, 근대)’ 미술관이 리모델링 공사 중이라, 주요 작품들이 잠시 이쪽으로 피난을 와있다고 하네요. (용어 정리를 안 하고 갔으면 “독일은 모네를 고전으로 치나?” 하고 오해할 뻔했습니다.)

[Ep.1 모네와 착각] [Ep. 사진 찍어드릴까요? - 엇갈린 ‘호의’의 핑퐁] 1층에서 모네(Monet)의 그림에 한창 몰입해 있는데, 옆에 계시던 아저씨가 인사를 건네며 “너 사진 찍어줄까?”라고 물어오셨습니다. 하지만 전 이미 프랑스에서 모네의 그림을 실컷 보고 온 터라 그림과 제 모습이 같이 담긴 사진에는 큰 미련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아, 전 괜찮아요(No thanks).“라며 단칼에 거절했죠.

그런데 거절하고 나서 옆을 보니, 아주머니께서 아저씨와 가족들의 사진을 찍어주느라 정작 본인은 사진에 나오지 못하고 계시더라고요. 아저씨가 저를 찍어주겠다고 하신 건, 사실 “내가 너를 찍어줄 테니, 너도 우리 가족사진 한 장 찍어주지 않을래?”라는 일종의 물밑 제안이었던 셈이죠.

눈치 없는 제 거절에 머쓱해졌을 아저씨를 생각하니 갑자기 미안함이 밀려왔습니다. 결국 이번엔 제가 먼저 용기를 내어 다가갔습니다. “아까는 감사했어요! 혹시 제가 가족사진 찍어드릴까요?” 다행히 환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건네주셨고, 저는 미안한 마음까지 담아 아주 정성껏 ‘인생샷’을 남겨드렸습니다.

[Ep.2 바둑판식 관람법 (Grid Search)] 위층으로 올라가니 고전 회화가 있는 방들이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다 보고는 싶은데 시간은 없고, 성격상 건너뛰는 건 용납이 안 돼서 ‘바둑판식 탐색(Row by Row)’ 전략을 썼습니다. 방 하나 들어가서 훑고, 옆방 가고, 다시 아랫줄로 내려오고… 너무 빠르게 많은 데이터를 입력해서일까요? 열심히는 봤는데 ‘버퍼 오버플로우’가 났는지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어 아쉬웠습니다. 역시 미술관은 여유 있게 봐야 하나 봅니다.


이렇게 우당탕탕했던 ICCAD 발표와 뮌헨 여행이 끝났습니다. 여권 문제부터 택시 바가지, 그리고 번개불에 콩 볶아 먹듯 해치운 미술관 투어까지. 변수도 많았지만 논문도 무사히 발표했고, 꿈에 그리던 BMW 박물관도 가봤으니 성공적인 여행이었습니다.

안녕, 뮌헨! (다음엔 벤츠 박물관 보러 슈투트가르트 가야지.)

아 끝으로 먹었던 음식과 사진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