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ICCAD 2025 & 유럽 (1): 여권 대참사부터 잘츠부르크의 맥주까지

[Travel] ICCAD 2025 & 유럽 (1): 여권 대참사부터 잘츠부르크의 맥주까지

1. 시작부터 삐그덕: 항공권이 사라졌다?

유럽 여행은 몇 번 다녀왔지만 발칸 반도는 가본 적이 없었다. 마침 이번 ICCAD 2025 논문 발표가 뮌헨에서 열리게 되어, 내심 기대가 컸다.

발표 앞뒤로 일정을 붙여 아직 못 가본 오스트리아 빈(Wien)과 발칸 반도를 돌기로 했다. 계획은 야심 찼다. [빈 IN - 잘츠부르크 - 뮌헨(학회) - 류블랴나 - 자그레브 - 플리트비체 - 크로아티아 OUT]

하지만 항공권을 예매하려는 순간 문제가 터졌다. 보통 2달 전이면 예매를 하는데(P의 계획표에서 이 정도면 엄청 성실한 거다), 크로아티아 아웃 티켓이 보이질 않았다. ‘아직 안 풀렸나?’ 싶어 기다렸지만, 1달 전까지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알고 보니 티웨이항공이 동계 시즌 크로아티아 운항을 중단했다는 것. (관련 기사) 결국 계획을 대거 수정했다. 크로아티아로 들어가서 빈으로 나오려 했더니 이번엔 빈 출국편(대한항공)이 안 보인다.

결국 [크로아티아 IN - 뮌헨 OUT]으로 결정했다. 단항 전 마지막 비행기라 그런지 티켓값이 고작 20만 원이었다! (물론 돌아오는 표는 알아서 구해야 하는 편도 티켓이었지만.)


2. 출발 전 대형사고: “입국 거절될 수 있습니다”

긴급여권사진
긴급 여권 사진

출국 당일, 공항 체크인 카운터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여권 유효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 입국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

만료가 12월인 건 알고 있었지만, 한 달 넘게 남았으니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던 게 화근이었다. 남미 등 여러 나라의 도장이 찍힌 이 여권으로 마지막 여행을 하고 싶었는데… 결국 공항에서 부랴부랴 긴급 여권을 발급받아 겨우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시작부터 스펙터클했다.


3. 크로아티아: 비 오는 플리트비체의 운치

밤 11시에 크로아티아에 도착해 쪽잠을 자고, 새벽 6시부터 플리트비체 국립공원(Plitvice Lakes)행 버스를 탔다. 도착하니 날씨는 흐리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초록빛 호수와 울창한 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은 흐린 날씨조차 잊게 만들었다. 추위에 떨며 걷긴 했지만, K코스 가장 위쪽 전망대에서 3개의 호수를 한눈에 내려다본 순간은 정말 압권이었다. 그 높은 곳까지 올라간 보람이 있었다. 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다.

오후 1시 반쯤 내려와 자그레브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플리트비체는 정말 멋지지만, 자그레브에서 왕복 4시간이 넘게 걸리는 데다 버스 배차 간격도 커서 만만하게 다녀올 곳은 아니었다.


4. 잘츠부르크: 레드불과 아침 식사

자그레브에서 야간 버스(밤 11시 ~ 새벽 5시 반)를 타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넘어왔다. 대학생 때는 야간 버스 타고도 쌩쌩했는데, 기억 보정인 건지 늙은 건지 춥고 배고파서 혼났다. 문 열린 빵집에서 고로케 샌드위치로 배를 채우고, 강변을 따라 걷다 레드불 행거-7 (Red Bull Hangar-7)으로 향했다.

오픈 40분 전에 도착해 입구를 서성이다 들어간 그곳은 ‘남자의 로망’ 그 자체였다. 레드불이 벌인 온갖 기행들(성층권 점프 슈트 등)과 F1 머신, 비행기, 헬리콥터가 전시되어 있었다. 두바이에서 F1 머신을 본 적 있지만 이곳의 분위기는 또 달랐다. (나중에 여행에서 만난 친구 사진을 보니 밤에는 조명이 켜져 더 멋있더라. 다음엔 밤에 가야지.)

병설 식당에서 44유로짜리 아침을 시켰는데 돈이 아깝지 않았다. 연어 크레페와 화이트 소세지가 일품이었고, 이곳에서만 판다는 ‘애플 진저’ 맛 레드불도 특이했다. (유통 안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은 맛이긴 했지만.) 커피에 음료까지 2인분 양이 나왔지만 혼자서 야무지게 다 먹었다.


5. 수도원 양조장의 낭만

호엔잘츠부르크 성을 구경하고, 맥주를 마시러 아우구스티너 브로이(Augustiner Bräu Mülln)를 찾아갔다.

입구를 못 찾아 헤매는데, 맥주 좋아하게 생긴 아저씨가 “Beer?” 하고 부르더니 따라오라며 시스템을 알려주셨다.

  1. 매표소에서 맥주 티켓을 산다.
  2. 잔을 직접 골라 수돗물에 씻는다.
  3. 직원에게 티켓과 잔을 주면 오크통에서 맥주를 따라준다.

쿨하게 알려주고 떠나신 아저씨 덕분에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두 종류의 맥주를 마셨는데, 약간 산미가 도는 맛이 아주 좋았다.


6. 와인 엔딩, 그리고 뮌헨으로

오스트리아는 와인도 유명하다기에 와인 2병을 사서 숙소로 왔다. 마침 숙소에서 세계 일주 중인 친구를 만나 그 2병을 다 마시고… 모자라서 2병을 더 사러 나갔다.

다음 날? 당연히 끔찍한 숙취와 함께 몸을 이끌고 뮌헨으로 향했다.

본격적인 뮌헨 여행과 ICCAD 논문 발표 이야기는 2편에서 계속.

다음편으로
[Travel]ICCAD 2025 & 유럽 (2): 3전 4기 논문 수락부터 떨리는 발표 현장까지
[Travel]ICCAD 2025 & 유럽 (3): 뮌헨의 궁전들과 미술관 대탐험